LAW FIRM BKPARTNERS
언론보도
BK파트너스 미디어센터는 대전변호사가 유튜브 콘텐츠와 언론 보도를 통해,
복잡한 법률 문제를 쉽게 풀어내고 실제 사건에 기반한 대응 전략을 공유합니다.
home 아이콘
언론보도
형사 언론보도

음주운전 항소심, 법원은 무엇을 듣는가 - 백홍기 변호사의 형사변호 실무

작성자 BK파트너스 작성일 2026-10-15 조회수 11

e79dae717fd06c59ea016dad4972e7da_1792024127_0295.png 

음주운전 항소심, 법원은 무엇을 듣는가 - 백홍기 변호사의 형사변호 실무

대전지역전속법률사무소 BK파트너스 대표 백홍기 변호사


친족 간 성범죄 사건의 구치소 접견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어차피 피해자 말만 믿을 텐데 다퉈 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는 문장이다. 필자는 이 체념이 변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건을 끝내 버리는 광경을 여러 번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체념은 사실이 아니다. 법원은 친족 성범죄에서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 진술을 무제한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오늘은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의심하는지, 무죄를 다투는 피고인의 자리에서 그 심리 구조를 정리한다.


■ 두 개의 원칙은 대립하지 않고 병존한다

첫 번째 원칙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고,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증거판단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특히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 물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 진술의 동기가 드러나지 않으며 진술이 사실적·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된다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두 번째 원칙은 그 첫 번째 원칙이 유죄의 추정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성인지적 관점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 아니라 객관적 정황과 다른 경험칙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특히 피고인이 일관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여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그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이 두 원칙이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원은 먼저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감안하여 진술을 읽고, 그다음 그 진술이 형사재판이 요구하는 증명력에 도달하였는지를 검증한다. 변호인이 개입할 지점은 첫 번째 단계가 아니라 두 번째 단계다. 피해자의 태도나 성향을 공격하는 변론은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한다.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성정과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는 판시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2020전도74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다거나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들어 다투는 서면은, 그 자체로 법원의 신뢰를 잃는다.


■ 법원이 실제로 무게를 두는 것은 진술과 객관적 정황의 접점이다

그렇다면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은 무엇을 파고들었는가. 기록을 모아 보면 공통점이 선명하다. 진술의 내부적 정합성이 아니라, 진술과 움직일 수 없는 객관적 자료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첫째, 범행이 있었다는 일시에 범행이 불가능하였음을 보여 주는 자료다. 계부의 상습 성폭행 사건에서 법원은 전체적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도, 학원 수강 기록과 피고인의 알리바이 등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객관적 증거에 의해 확인되는 주요 정황과 배치되므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을 무죄로 선고하였다. 친딸에 대한 사건에서도 건물 증축 시기와 하이패스 통행기록이 진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범행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22. 2. 11. 선고 2021노1484 판결).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행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결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둘째, 진술이 시간의 경과 속에서 확장되거나 변형된 궤적이다. 추행 부위가 처음에는 '배'였다가 한 달 이상 지난 뒤 '가슴'까지 추가된 사안, 수사기관에서 "다른 곳을 만지지는 않았다"고 명확히 답하였다가 법정에서 새로운 부위가 등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추행의 태양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고합296 판결, 창원지방법원 2024. 6. 27. 선고 2022고합105 판결). 진술의 변경을 단순히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으로 볼 수 없는 정도인지, 변경 시점과 진술 시기의 근접성은 어떠한지가 실제 판단의 재료로 쓰였다.

셋째, 피해자가 피해를 인지한 경위 자체의 구조다. 잠든 사이의 추행을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날 흔적을 보고 알게 되었다"는 진술이 주관적 기억이거나 추측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진술이 거짓인지와 별론으로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것인가에 관하여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보아 무죄 판단을 유지하였다(대구고등법원 2025. 1. 23. 선고 2024노610 판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처음 진술이 이루어진 사건에서 시간의 경과가 기억의 정확성에 미친 영향을 심리한 예도 축적되고 있다.

넷째, 사건의 배경으로 놓인 갈등 구조다. 다만 이 요소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이혼소송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고, 어머니의 반복적 지시에 따른 진술이라는 주장도 막연한 추측에 그치면 배척된다. 갈등의 존재를 지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 갈등이 진술의 특정 부분을 어떻게 왜곡하였는지를 자료로 연결하여야 한다.


■ 진술의 번복은 양면의 칼이다

피고인과 가족들이 가장 크게 기대를 거는 국면이 진술 번복이다. 그러나 실무의 결론은 냉정하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으로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법원은 수사기관 진술 자체의 신빙성과 함께 번복하게 된 동기·이유·경위를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가족의 회유 정황이 드러난 이상 번복된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본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고, 가족의 경제적 우려가 번복의 동기로 확인된 사건에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졌다(대전고등법원 2022. 9. 16. 선고 2022노197 판결).

이 점은 피고인 측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 가족을 통한 설득과 종용은 유리한 자료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정황으로 기록에 남는다. 접견과 서신, 가족 간 통화의 내용이 그대로 증거가 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움직이다가 사건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예를 필자는 여러 차례 목격하였다. 다투겠다면 진술의 내용을 바꾸려 할 것이 아니라, 진술이 서 있는 사실의 토대를 검증하여야 한다.


■ 구성요건으로서의 '친족'도 심리의 대상이다

양형의 무게를 결정하는 축이 하나 더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하고,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4항, 제5항).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이 요건은 결코 형식적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사실혼의 실체가 증명되지 않아 사실상의 친족관계를 부정한 예(광주고등법원 (전주) 2020. 4. 3. 선고 2019노221 판결), 민법상 인척관계조차 성립하지 않아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제추행을 무죄로 본 예(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 6. 19. 선고 2025고합27 판결), '동거하는 친족'에 '동거하는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예(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3. 12. 18. 선고 2023고합206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0. 28. 선고 2021고합113 판결)가 있다. 법정형의 하한이 높은 죄명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기본 범죄로 내려오는지는 형량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 사실관계를 전부 인정하는 사건에서도 변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 절제된 희망은 기록에서 나온다

필자는 이 글에서 무죄의 가능성을 과장할 생각이 없다. 친족 성범죄는 그 죄질이 무겁고, 피해자에게 지우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며, 법원이 엄정하게 대응하는 영역이다. 다만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은 이 영역에서도 후퇴하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에도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살펴보더라도 진술의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고 유지된 사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대구지방법원 2024. 11. 22. 선고 2024고합60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3. 6. 14. 선고 2022노848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4. 12. 18. 선고 2024노592 판결).

그러므로 다투는 피고인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억울함의 크기를 말하는 대신, 공소사실에 적힌 일시와 장소를 자신의 생활기록과 맞추어 보는 일이다. 근무기록과 출입기록, 통행기록, 진료기록, 학교와 학원의 일정표, 주거의 구조와 동거인의 생활 동선, 휴대전화의 위치와 대화기록을 시점별로 배열하는 일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최초로 피해를 말한 시점과 상대, 그 이후 진술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의 궤적을 수사기록에서 복원하는 일이다. 전문가의 진술분석 의견 역시 그 전제가 된 진술의 범위와 시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6. 11. 9. 선고 2016고합87 판결).

친족 간 성범죄 사건은 감정으로 다투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정보의 배열로 다투어지는 사건이다. 구속되어 있다는 사정이 방어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변호인과 함께 기록을 시점별로 다시 세우는 작업이 남아 있는 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필자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낙관을 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포기 이전에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 무엇인지를 적어 두기 위해서다.


실시간 상담받기
BK파트너스 전화상담